참으로 역주행 중인 것은 따로 있다.

예전에 금민 사회당 후보가 "우리는 노무현을 밟고 진보로 가야 하는데, 사람들은 진보를 밟고 노무현 시대로 회귀하려고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제 그게 진정 현실이 되고 만건가.

http://www.sp.or.kr/xe/1700069


비정기, 오늘의 한마디

I would not lead you into the promised land if I could, because if I led you in, some one else would lead you out. You must use your heads as well as your hands, and get yourself out of your present condition.

주민투표와 국민투표

주민투표와 국민투표는 대중이 자신의 의지를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용한 제도이다. 물론 정당을 지지하거나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정책에 관여할 수 있지만, 이러한 간접적 관여의 경우에는 유권자가 자신의 결정에 대하여 책임을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못하기 때문다. 뽑아 놓고는 "나는 저 사람이 저럴 줄 몰랐다"라든지, 뽑지 않은 사람은 "사람들은 저 사람이 저런 정책을 집행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 하고 속아서 뽑았을 것이다"라는 식의 '일반대중의 정의로움'이라는 환상이 난무하게 된다. 직접 민주주의 방식의 큰 장점(그리고 잔인한 점)은 정책에 대하여 대중의 선택이 직접 반영되기 때문에 이러한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투표 결과와 반대되는 표를 던진 측에서는 여전히 "나는 안 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일반대중의 정의로움'에 기대를 거는 일 따위는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투표의 결과는 철저하게 대중 자신의 선택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상당히 유감스럽다. 우선 그리스에서 국민투표 이야기가 나왔다가 결국 쑥 들어간 사건이 있었다. 물론 국제사회와 협상하기 전에 그리스 국내에서의 조율이 있었어야 한다든지, 국제사회와의 협상 중에 국민투표가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미리 했어야 한다든지 하는 절차상의 하자를 지적하는 주장에 동의할 수도 있지만, 사안의 중대함을 생각할 때 어쨌든 국민투표를 거치는 것은 사실상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또 하나 유감스러운 일은 서울시의 주민투표가 '무산'이라는 형태로 끝난 일이다. 오세훈 전 시장이 주민투표라는 카드를 꺼냈을 때, 그 반대편 역시 정책을 보여주고 주민투표에서 승리함으로써 깨끗하게 끝낼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지만(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이 투표는 하려는 쪽과 막으려는 쪽으로 갈라져서 결국 대중의 정책 선택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어쨌든 남의 일은 남의 일일 뿐이고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일 뿐이다. 지금 바로 이 순간 우리 눈 앞에 떨어진 사안부터라도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면 어떨까? 현FTA안에 대하여 국민투표를 하여 대중의 의견을 묻자는 것이다. 만약 국민투표 결과 정말로 한나라당과 청와대가 주장하는 것처럼 60%가 찬성을 한다면(별로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지만), 야당이 FTA 비준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근거가 소멸된다. 반면, 60%는 고사하고 찬성하는 자가 과반수도 안 된다면, 적어도 현FTA안은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그 결과는 대중 스스로의 선택이요, 따라서 그 책임 역시 대중 스스로의 것이 될 것이다. 정치권은 자신들이 대중의 문제를 대신 풀 수 있다는 식의 자세부터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대중이 항상 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그렇다면 애초부터 현정권이 집권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러나 대중은 스스로의 운명을-그것이 설사 자멸이라고 하더라도-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어떻게 포장하여도 민주주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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